1. 유통의 개념과 역할
농식품 유통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 또는 최종사용자에게로 상품 및 용역이 제대로 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든 관련 경영활동을 망라한 것으로 정의될 수 있는데, 농식품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해 주는 일종의 다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농식품 유통은 저장, 가공, 운송 등과 같은 물리적인 행위와 상품에 대한 거래 및 가격설정과 같은 경제적인 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전자를 물적 유통, 후자를 상적 유통이라고 한다.
농식품 유통은 형태 효용, 장소효용, 시간효용, 소유효용 등을 창출하여 농산물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형태 효용은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보다 유용한 형태로 전환함으로써 효용, 즉 소비 가치가 증대되는 것으로, 논에서 수확한 벼를 쌀로 도정하는 것이 한 예이다. 한편 장소의 효용은 농산물을 더 필요로 하는 곳으로 이동시킴으로써 발생하는 효용으로 소비지로부터 원거리에서 생산되는 과일과 채소 등이 운송 과정을 통해 가공업자, 도매 및 소매상인에게 오는 경우가 해당한다. 또한 시간의 효용은 농산물을 더 필요로 하는 시간까지 보관할 때 발생하는 효용으로 특정 계절에 생산된 농산물을 저장 등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공급하는 것이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소유의 효용은 농산물이 거래를 통해 소유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효용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산물을 일일이 개별 농장으로부터 구입하기보다는 슈퍼마켓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하여 소유하게 될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2. 농산물 가격의 특성과 발견
상품의 대가로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화폐의 양인 가격은 농산물 유통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농산물 유통의 모든 활동과 의사결정들이 가격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은 불안정성과 계절성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먼저 가격의 불안정성은 농산물의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거나 내리는 일이 잦음을 일컫는 것으로, 농산물의 공급이 증가하거나 감소하여도 소비자 수요는 비탄력적으로 잘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특성이다. 예를 들어, 농산물의 공급이 병충해나 자연재해로 인해 급격하게 줄어도, 소비자 수요는 많이 감소하지 않기에 가격이 크게 오르기 마련이다. 반면에 농가의 재배면적이 크게 늘거나 풍년이 들어 농산물 공급이 늘어도 소비자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다음으로 가격의 계절성은 농산물의 공급 물량이 수요량보다 많거나 적음에 의해 가격이 계절에 따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산물의 시장 공급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성출하기에는 수요량에 비해 가장 많은 초과 공급이 발생하여 가격의 폭락 현상이 발생한다. 이후 시장에 공급되는 농산물의 물량이 줄어들어 가장 적을 때에 가격 폭등이 발생하는데, 이렇게 농산물 가격은 계절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것을 지속하게 되는 것이다.
가격과 관련하여 농산물 유통에서 논의하는 내용은 크게 가격 결정과 가격 발견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유통 현장에서 혼동이 자주 일어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격 결정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균형가격이 결정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요와 공급곡선이 서로 만나는 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지칭한다. 반면 가격 발견은 유통 현장에서 구매자와 판매자가 최종적으로 합의하여 거래가 성사될 때 현장에서 발견되는 가격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의 가격 발견은 몇 가지 유형을 가지는데, 개인 간의 흥정, 공식에 의한 가격 발견, 집단거래에 의한 가격 발견, 정부에 의한 가격 발견, 위원회에 의한 가격 발견 등으로 구분된다.
개인 간 흥정에 의한 가격 발견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흥정에 의해 가격을 정하는 방식으로, 가장 기본적이고 역사가 오래된 가격 발견 유형이다. 여기서 정해지는 가격의 공정성 여부는 시장정보, 거래기술, 상대적 거래교섭력, 신용사회 정도 등에 달려 있는데, 다른 가격 발견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가격 발견에 드는 비용이 높은 편이다. 개인 간 흥정에 의한 가격 발견은 전통 또는 재래시장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가격 발견 방식이다.
공식에 의한 가격 발견은 기준 가격에 특정 공식을 대입하여 가격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가 산지 농산물 구매 가격을 결정할 때 자주 사용하는 가격 발견 유형으로, 도매시장의 대표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수송비, 관리비 등 거래 쌍방이 인정할 수 있는 비용 요소들을 공식으로 적용해 거래 가격을 발견하게 된다. 이 방법은 거래에 드는 시간을 절약하게 되어 가격 발견 방식 중 거래비용이 최소화되는 장점이 있으나, 기준으로 하는 도매시장 가격이 왜곡되어 있을 경우에는 사용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집단거래에 의한 가격발견은 쉽게 말해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거래 상대 업체와 가격 교섭을 하는 것으로, 공동판매나 공동구매 등이 해당한다. 이러한 방식은 가격 발견 시 거래 교섭력을 높여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자주 활용이 되고 있다. 다만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 집단을 형성하는 생산자 또는 소비자 중 무임승차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집단 내의 결속과 단합이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된다.
시장의 기능이 미흡하여 적절한 가격 발견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정부가 개입하여 가격을 정하기도 하는데, 이를 정부에 의한 가격 발견이라고 한다. 정부의 가격 발견은 협정가격, 가격지지 등의 제도를 통해 진행되었는데, 정부의 쌀 수매 가격 결정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가격 직접 개입은 정책적인 목적에 따른 것이지만, 시장을 교란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 최근에는 이러한 가격 발견 방식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 출범 등으로 인해 시장 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시장 가격 발견은 상당한 제약을 받는 실정이다.
'농업경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케팅 및 시장 분석 (0) | 2025.05.20 |
---|---|
농산물 유통 경로 및 기능 (0) | 2025.05.20 |
농업정책과 농지가격, 농지가격의 결정요인 (0) | 2025.05.20 |
요소시장의 균형원리 (0) | 2025.05.19 |
농식품 요소시장의 개념과 특징 (0) | 2025.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