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시장의 균형원리

 지금까지 공산품과 구분하여 농식품 요소시장이 보이는 차별적인 특징들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요소시장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사용량과 가격이 결정된다는 원리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본 절에서는 생산요소의 수요와 공급을 통해 요소시장 균형이 어떻게 도출되는지를 살펴본다.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해 우리가 시장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한다. 앞에서는 상품시장에 적용되는 것이었으나, 사실 이 가정은 상품시장이건 요소시장이건 모두에 적용될 수 있다. 즉 요소시장에서 생산요소를 팔거나 사려는 경제주체들은 어느 한 주체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많은 수가 존재하고, 이를 통해 생산된 상품도 완전 경쟁적인 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을 가정한다.

1. 요소수요

 비료 한 단위를 증가시킬 때 추가로 생산되는 쌀 생산량을 비료의 한계생산이라 부른다. 이제 생산량에서 더 나아가 쌀을 판매하여 얻을 수 있는 금액을 생각해 보자. 즉 비료 한 단위를 추가로 투입함에 따라 추가된 쌀 생산량의 가치는 어떻게 계산할까? 간단하다. 추가로 늘어난 쌀 생산량에 쌀의 시장가격을 곱하면 된다. 이 값을 비료의 한계생산가치라고 부른다. 즉 생산요소의 한계생산가치는 생산요소의 한계생산에 상품 가격을 곱한 값이고, 생산요소를 한 단위 늘렸을 때 발생하는 생산량의 가치 증가를 의미한다.

 그러면 쌀 생산자는 어느 정도의 비료를 사용할 것인가? 비료의 한계생산가치는 비료를 하나 더 투입하여 추가로 생산한 산출물의 가치이기 때문에 비료 한 단위 증가로 얻는 한계수입이라 할 수 있다. 비료를 한 단위 더 투입하면 이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비료 가격이 그 비용이고, 이는 비료 한 단위 추가 사용의 한계비용이 된다. 즉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이제는 생산량이 아니라 생산요소인 비료를 통해 표현되는데, 생산자의 이윤극대화 조건은 양자가 일치되게 하는 것이다. 즉 가변생산요소의 한계생산가치와 생산요소 가격이 일치하도록 생산요소 사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다.

 이제 앞서 배운 비료의 한계생산가치를 나타내보자. 한계생산가치의 곡선은 비료의 한계생산에 쌀 가격을 곱해준 것으로써, 하나의 가변생산요소가 있을 경우 그 한계생산이 생산요소 투입 초기에 증가할 수도 있지만 결국 감소하게 되므로 한계생산가치의 곡선 역시 그러한 형태를 지녀야 한다. 이때 비료의 한계생산가치 곡선은 곧 비료의 요소 수요곡선에 해당한다. 만약 비료의 요소 가격을 줬다면, 쌀 농가가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비료 투입량은 요소 가격과 한계생산가치의 곡선이 동일하다는 조건이 만족할 때 결정된다. 이를 그래프상에서 찾아보면 우하향하는 곡선과 요소 가격이 만나는 교점에서 수평축의 x가 정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앞에서 보여주었던 특정 생산요소의 한계생산가치와 그 가격이 일치하도록 생산요소 사용량을 선택해야 한다는 결론은 가변생산요소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경우에도 성립한다. 즉 사용량을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생산요소는 그 한계생산 가치와 가격이 동일하도록 사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2. 요소 공급과 요소 시장균형

 비료 요소시장이 여전히 완전 경쟁적일 경우 비료를 구매하려는 무수히 많은 쌀 농가가 있고 비료를 판매하는 업자들도 무수히 많이 있다. 그럴 경우 쌀 생산을 위해 비료를 투입하는 쌀 농가 입장에서는 비료 요소 가격을 시장에서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가격수용자가 되어 가격이 고정된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비료를 구매할 수 있다.

 특정 생산요소의 시장균형과 개별 생산자의 사용량 선택을 동시에 보여준다. 생산요소 역시 시장 전체의 공급과 시장 전체의 수요가 많냐는 점에서 시장균형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시장 전체의 생산요소 수요곡선은 어떻게 도출할 수 있는가? 소비재에 대한 시장수요가 개별 소비자 수요의 평평함으로 도출되었듯이 개별 생산자의 생산요소에 대한 수요곡선을 수평으로 합하여 생산요소의 시장수요를 도출할 수 있지만, 소비재 수요와 달리 파생수요라는 특성을 가지는 생산요소의 경우 한 가지 복잡한 문제가 등장한다. 그것은 생산요소의 수요에서 생산품의 가격이 한 요소로 포함된다. 개별 생산자라면 생산요소 사용량을 늘려도 생산품의 가격이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특정 산업 전체, 예를 들면 전국의 모든 쌀 생산자가 비료 사용량을 늘리면 시장 전체의 쌀 공급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쌀의 가격이 변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생산요소의 시장수요를 도출할 때는 개별 생산자의 생산요소 수요곡선들을 물론 반영해야겠지만, 동시에 전체 생산자가 생산요소 가격변화에 반응하여 생산요소 사용량을 바꿀 때 발생하는 생산품 가격변화의 효과가 생산요소 시장수요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여야 한다.

 

3. 경제지대

 우리는 제5장에서 생산품을 소비하고 공급하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경제행위를 해 얻는 이득을 생산자잉여와 소비자잉여의 개념으로 측정하였었다. 마찬가지로 생산요소를 공급하는 공급자가 얻게 되는 이득도 정의할 수가 있는데 경제학에서는 이를 경제지대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경제지대는 반드시 토지라는 생산요소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토지, 노동, 자본 등과 같은 모든 생산요소에 대해 적용되는 개념이다.

 경제지대는 생산요소가 생산에 사용되어 실제로 받은 보수와 생산요소 소유주가 생산요소를 공급하기 위해 최소한 받고자 하는 금액 간의 차이로 정의된다. 생산 요소 공급자가 자신이 반드시 받아야 하겠다는 금액 이상을 실제로 받는다면 그 차이가 바로 생산요소가 벌어다 준 이득이 되는 것이다.

 노동과 토지의 경제지대 개념을 살펴보자. 노동시장에서의 균형 노동량과 균형 임금이 정해져 있다. 노동력 공급자는 공급곡선의 높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노동 대가로 받으려 하는데, 노동공급곡선이 우상향하므로 그 금액은 점차 높아진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는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한 금액이 지급되며, 이 금액은 임금으로 받고자 하는 금액이 적은 순서대로 노동자를 줄지었을 때 고용되는 마지막 노동자가 받고자 하는 금액일 뿐 그 이전의 노동자가 받고자 하는 금액보다는 더 크다. 따라서 노동시장 전체로 보면 노동에 대해 지급되는 금액은 노동의 경제지대가 된다.

 생산요소 공급자가 얻는 경제적 이득인 경제지대는 이들이 실제로 수취하는 금액과 반드시 받고자 하는 최소한의 금액 차이로서, 생산요소 공급자가 생산요소의 생산자로서 받는 생산자잉여와 같은 개념이다.



4. 농업노동력 시장의 균형

 앞에서는 노동을 포함하는 투입 요소의 수요를 도출하고, 그 시장균형을 도출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농업생산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투입 요소 중 토지의 중요성이 높다는 특성을 가지므로 농업 부문의 토지이용과 관련된 내용은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이를 다음의 두 절에서 다루고자 한다. 본 절에서 다루는 농업의 또 다른 중요 투입 요소인 농업노동도 제조업 등과 비교할 때 고유한 특성을 가지는데, 첫째는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전문화된 농가일수록 고용노동의 비중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농가가 여전히 가족농 위주로 농업경영을 하다 보니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고용노동보다는 가족노동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는 경제성장 초기에는 대부분의 고용이 농업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가 경제가 성장하면서 노동력이 점차 비농업 부문으로 이동하는, 즉 이농현상이 거의 모든 경제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활발한 귀농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농업 노동력 공급은 비농업 부문으로 유출되는 이농현상과 맞물려 있고, 아주 단기가 아닌 한 농업 부문의 노동 공급과 농업노동력 시장의 균형은 이농 관련 의사결정을 동시에 고려하여 분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