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민경제에서 농식품 산업의 위치
경제학에서는 산업을 유사한 경제행위를 하는 생산자의 모임이라 정의한다. 따라서 농식품산업은 농식품 생산행위를 하는 생산자의 모임이라 볼 수가 있는데, 국가 경제자료에 적용되는 통상적인 산업분류를 감안하면 이러한 농식품산업에는 농림수산물 생산행위, 농업투입재 생산 행위, 농산물의 가공, 유통 저장 및 무역 관련 행위, 농산물을 이용한 외식 제공 행위, 행정, 교육, 연구개발, 금융 등 농식품 생산과 관련된 각종 서비스 제공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농업경제학 문헌에서는 이들 산업을 모두 포함하여 구체적인 의미는 서로 차이가 있지만 농산업이라 부른다.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농식품산업이 국민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 규모와 구성면에서 크게 변해왔다. 국가 경제활동을 산업유형별로 구분하여 계량화하는 자료로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이다. 산업연관표는 부가가치를 보여준다. 부가가치는 각 산업이 생산하여 판매한 총금액에서 생산을 위해 투입했던 중간투입재 금액을 빼준 것으로써, 각 산업이 순수하게 창출해 낼 부가 되며, 우리가 흔히 국가 경제의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국내총생산의 산업별 금액과 거의 유사한 개념이다.
농식품산업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적 구성 역시 크게 변화하였다. 농림수산물의 부가가치 생산은 소폭 증가하였고, 이를 위한 농기계, 농화학 산업의 부가가치 생산은 실질 가치 기준으로는 약 3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농식품 가공의 부가가치는 11조 원에서 16조 원으로 상당한 정도 성장하였고, 섬유, 가죽, 목재산업 역시 수입 재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종의 제조업이기 때문에 4조 원에서 9조 원으로 부가가치 생산 규모가 커졌다. 가장 큰 변화는 농식품의 유통, 저장, 농업 서비스와 외식산업에서 발생하였다. 이들 두 부문의 부가가치 생산규모가 국민경제 전체의 부가가치 증가율보다도 더 큰 폭으로 증가하였고, 2013년이 되면, 1985년과는 달리 1차산업인 농림수산업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했다. 외식산업의 경우 1985년에는 그 규모가 작았다.
노동, 토지, 자본이 절대적으로 혹은 다른 부문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농림수산업의 부가가치가 아닌 총산출은 전자보다도 더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농림수산업은 노동, 토지, 자본이 줄어드는 대신 종사, 사료, 농약, 비교, 에너지 등의 중간투입재 사용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는데, 총산출에서 중간투입재를 빼준 부가가치가 소폭이라도 증가했다는 것은 중간투입재 사용량 증가분 이상으로 산출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의 총산출은 부가가치 증가율보다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 농업생산 주체
1차산업인 농림수산업의 생산 주체는 농업인, 임업인, 어업인이다. 어업과 축산과 같은 일부 품목에서는 법인이나 생산자단체에 의한 대규모 생산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농림수산업의 주된 경영체는 여전히 가족으로 구성된 농가나 어가들이다. 과거 사회주의국가의 집단적인 농업경영형태를 제외하면 농가 호당 경작면적이 크든 작든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가족농이 주된 농업생산 주체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표준적인 농업경영체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농가와 어가의 인구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국토 면적 중 농경지와 산림의 비중도 꾸준히 줄어들었는데, 이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토지와 인력이 지속해서 비농업 부문으로 이동한 결과이다.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비농가까지 포함한 농촌인구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고는 있지만 농가인구만큼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농촌지역의 비농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으며, 이제는 농촌지역이라고 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 유형이 농가라고 볼 수 없다. 한편 최근에는 귀농 및 귀촌 현상이 대두되고 있어 농촌으로의 인구 유입도 상당한 숫자가 되고 있고, 일부 전문가는 향후 농촌인구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농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가 소득인데, 1970-80년대에는 농가 소득이 도시 근로자의 평균 가구소득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 부문의 소득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지면서 1980년대 말 역전되고, 1990년 말의 경제위기 이후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농가의 소득은 도시 가구 소득에 비해 상당히 낮아진다. 그 격차는 최근에도 계속 커지고 있다.
농가 소득은 농업소득과 농업 외의 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농업 외의 소득은 다시 농외소득과 이전소득, 비경상소득 등으로 구분되고, 농외소득은 다시 겸업 소득과 사업외 소득으로 나눌 수 있다. 겸업 소득은 농가가 농업 외 임업, 어업, 제조업, 건설업 등의 산업을 수행하여 벌어들인 소득이고, 사업 외의 소득은 농가가 다른 생산 행위에 참여하여 얻은 농업노임, 급료, 임대료 등으로 구성된다. 이전소득은 사례금이나 가족이 준 보조금 등이며, 비경상소득은 경조 수입이나 퇴직금 등을 의미한다.
전체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금의 농가는 여전히 농업 생산활동을 하지만 농업 외의 다른 사업을 직접 운영하거나 다른 사업체에 노동력을 제공하여 얻은 임금 수입 등이 소득의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농촌의 비농업 부문과도 긴밀하게 연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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